이준효 목사의 목양칼럼

살아 있는 천당
기사입력 2019.04.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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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천당의 무게를 저울에 달아 본 적이 있는가? 필자가 도서 지역 교회에 전도사의 신분으로 노회로부터 파송 받아 시무 전도사로 담임하기 시작한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담임한지 5년째 되던 해 총신대 신학대학원 재학 중에 있을 때 성전 건축을 시작하여 약 이 년여의 기간이 걸려 완공을 보게 되었고 그 해 목사 안수도 받고 성전 헌당도 하게 되었다.
손수레 한 대로 약 육십 평 정도의 건축 물자를 완만하게 경사진 약 1.5km 거리의 방파제에서 실어 날라 기공에서 준공까지의 우여곡절 끝에 이룬 하나님의 대단한 역사였다. 육지에서 바지 선에 짐을 싣고 와 당시 부두 공사로 인해 부두에 짐을 내리지 못하고 방파제에 물자를 내려 온통 뒤집어 놓은 울퉁불퉁한 길을 손수레 한 대로 운반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었다.
물론 이 모든 일에 투입된 노동 인력은 우리의 몫이었다. 몇몇 되지 않는 성도들, 그것도 모두 할머니들과 어린 주일 학생들뿐인 상황에서 일궈낸 교회 나름의 최선이었다. 그렇게 해서 성전 건축 공정이 진전되고 있을 때, 아주 무더운 여름 날 긴 철근을 손수레에 나무로 곽을 짜 거기에 싣고 앞 부분이 땅에 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철근 양쪽 끝부분에 줄을 묶어 목에 멍에를 하고 비지땀을 흘리며 혼자 끌고 오를 때, 마침 지나던 마을 주민 중 한 분이전도사 양반 좋은 집에 살려고 고생이 참 많소!”하며 말을 건넸다.
순간,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옳은가요?”, 손수레를 잠시 세우고는 한창 2층 기초 작업이 시작되고 있는 성전 건축 현장을 멀리서 목도하며 주님! 저 성전 완공하여 헌당하게 되면 이 종은 이 교회를 사임하고 떠나겠습니다. 주민들의 인식이 저분의 말과 같다면 어찌 제가 저 새 성전에서 거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기도로 다짐했던 것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충격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그렇게 하여 성전이 완공되어 헌당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일찍 충무로 나와야 할 일이 있어 윗섬 엔젤호를 타기 위해 중학교 통학선 신세를 지게 되었다. 마침 겨울이라 날씨가 차가워 선장실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있는 차에 마침 기관장이 들어서며 아니 목사님! 목사님은 새벽에 잠도 안 주무십니껴? 우짜몬 그렇게 새벽 4시 땡! 하모 1초도 안 틀리게 교회 종을 울립니껴?”하며 그냥 인사 차 힌 마디 던졌다.
그때 함께 타고 있었던 마을 주민 중 한 아주머니가 이 사람아! 목사님은 살아 있는 천당 아이가!”라고 전혀 뚱딴지같은 한 마디를 던지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안수 받은 지 불과 서너 달 정도 밖에 안 된 신출내기 젊은 목사 양반 온 지구를 짊어진 듯한 무게를 느끼며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는 강한 압박을 받았던 일이 있었다. 그런 소리 들을 자격은 꿈도 꿀 수 없는 버러지 같은 무능한 인생으로 어쩌다 멋모르게 던진 한 아주머니의 농담 같은 말이었지만 그 후 지금까지 천당의 무게는 이 필자의 어깨에서 내려올 줄 몰랐고 목회의 햇수를 삼켜 오는 동안 오히려 그 무게의 정도는 점점 더 중량감을 더하고 있다.
그 후 흘러간 세월이 세 번의 강산을 뒤바꾸는 시점에 이르렀건만 여전히 천당의 무게는 어깨를 가볍게 하지 않는다. 오늘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그 천당의 무게가 부담스러워 자신의 신분을 애써 드러내지 않거나 혹은 천당의 무게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신분을 쉽게 노출시키기도 한다.
저마다의 가치관이 다르고 신앙의 정도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목사라는 신분을 떠나 신앙의 세계를 상속받은 주님의 자녀 된 입장에서 사회적 노출의 여부를 떠나 천당의 무게감은 컸고 지금도 그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는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 무게가 부담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놀라운 것은 그 짐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영적 행복감이 더욱 충만해진다는 점이다.
얼마 전 통영의 한 섬 마을에서 37년 동안의 목회를 끝내고 원로로 추대된 친구 목사의 행사에 갔다가 필자의 과거 처녀 목회 지에서 현재 열심히 사역하시는 담임 목사님을 만났었다. 첫인상이 믿음직스러웠다. 늘 가슴 한 편에 염려와 걱정으로 굳어 있었던 암 덩어리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제 내려놓아도 될 것 같아 주님! 고맙습니다라고 읊조린다. 그대는 살아 있는 천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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