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효 목사의 목양칼럼 |봄날의 흔적

기사입력 2018.04.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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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효 목사의 목양칼럼 |
(수정제일교회 담임)
 
봄날의 흔적
 
사월과 오월은 겨울과 여름을 연결해 주는 교량 역할과 계절과 계절 사이에 상당한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복병 꽃샘추위의 계절이라는 별명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하다. 봄꽃들로 만개한 삼월의 영광을 자산으로 물려받아 그 영광의 열매를 맺기 위해 그 영광을 애써 낙화시키며 윤기 나는 연두 빛깔 신록을 영양분의 펌프 기사로 채용하는 실리의 계절이다.
겨울의 온 산야와 강변의 생태계를 주름 잡았던 무성한 건초들의 활짝 핀 꽃들도 잦은 봄비를 맞으며 초라한 몰골로 퇴색되어 가더니 어느새 거름더미의 명예로운 은퇴 길에 오른다. 따스한 봄날의 산책길, 시야에 펼쳐진 낙동강 강변의 억새풀과 갈대밭 사이 길을 걸으며 주께서 들려주시는 봄날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다 문득 키다리 억새풀 건초 더미 사이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억새풀 새싹들을 보는 순간 봄날의 흔적이란 주제가 뇌리를 스쳐 이 지면의 백지 공간을 채워 본다.
상록수들을 비롯하여 낙엽수, 과수, 가로수 등 모든 나무들의 가지에는 신록의 옷으로 한창 단장 중에 있다. 길섶의 잡초들도 일년생의 생명을 위해 벌써 나름의 꽃들을 피우며 제 존재감을 어필한다. 아직도 키다리 건초들은 제자리를 지키며 새싹들의 토양에 제 몸을 서서히 희생시켜 비록 짧은 일년생의 생애이지만 그렇게 영양분의 공급원으로 흔적으로 남기려 한다.
길손들의 발길에 짓밟히는 길섶의 잡초들도 자신의 몸을 썩혀 새 생명의 흔적으로 남기려 함에는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이것이 온 삼라만상의 진솔한 메시지다. 땅의 티끌조차 아브라함 언약의 도입 비유로 사용하신 하나님, 실로 모든 존재의 흔적은 제 나름의 가치에 헌신하여 자생력을 키우며 창조주의 통치와 주권에 반응토록 섭리하신다.
약한 바람에 흔들리나 강한 바람에도 부러지지 아니하고 새싹들이 자신의 존재를 필요로 할 때까지 점차로 조금씩 빛바랜 몸뚱이 하나 빗물에 썩혀 떼어주며 모질게 견뎌 주는 건초 더미에서 들려오는 세미한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는다.
거기 서성이는 산책자여! 그대의 눈에 나의 몰골이 처참해 보이는가? 아님 무상해 보이는가? 그래서 너희 인생들은 걸핏 인생무상을 입에 담는가? 나의 발치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저 새싹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이 모습이 내 존재의 가치라면 이 몸 비록 일년생의 짧은 생일지나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존 유지하실 때까지 영원히 이 자리에 존재의 흔적을 남길 것이라오. 그대는 어찌하려오?’
그래, 그대의 자리나 내 자리나 일반인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대 일년생의 흔적이 그럴진대 일생의 내 흔적이야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그댄 그대의 자리에서 일년생의 흔적을, 나는 내 자리에서 일평생의 흔적을, 창조주의 영광 위해 남겨보세!’
건초들과의 일문일답을 사고의 페이지에 기록하며 즐비하게 흩어져 있는 진정한 봄날의 흔적들을 주섬주섬 주어 심장에 새겼다. “진정한 봄날의 흔적”, 봄이란 계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위한 대속 사역을 완성하신 십자가와 부활의 흔적이 그 무엇보다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실로 의미 있는 예수 생명의 계절이다.
바로 이 예수 생명의 계절에 건초들의 흔적을 통해 가슴을 절절하게 하는 것은 우리 인생이 일평생 동안 남길 수 있는 최상의 흔적에 대한 바울의 고백이다. 곧 우리 기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는 예수의 흔적이 그것이다. 이 흔적의 가치는 물질적 세계의 가치를 초월하는 신적이고 영적인 가치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도리로 행위 되는 것으로 바울은 이를 예수를 아는 냄새와 향기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빛과 소금으로 각각 그 흔적의 특성들을 정의하였다.
산책길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숱한 흔적들을 보며 나름 긍. 부정의 그림을 그리면서 내 존재의 흔적이 담길 도화지는 어떤 그림을 그려낼까? 고민해 보았다. 애초에 전제된 부끄러움이 전체의 바탕에 밑그림을 그리고 있어 의외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또 한 번의 부끄러움이 산적해 와 주님의 흔적에 담아 허물진 나의 흔적 깨끗하게 그려 주실 것을 의탁해 보며 건초들의 자리를 뒤로한 채 서녘의 노을 빛 속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월을 바라보는 사월의 어느날 낙동강 강변에 조성된 화명생태공원 길을 산책하며...~
 
이준효.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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