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의 "한글과 선교사들"

기사입력 2017.10.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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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선교사 이야기
 
한글과 선교사들
우리가 한글 또는 조선글, 그리고 지금 국어라고 부르는 이 문자는 조선 제4대 임금 세종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으로 창제하여 1446년에 반포했는데,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창제 당시 훈민정음이라 한 것은 글자 그대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인데, 줄여서 정음(正音)’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후 한문(漢文)을 고수하는 사대부들에게는 경시되었으나 차츰 조선 왕실과 일부 양반층과 서민층을 중심으로 이어지다가 1894년 갑오개혁에서 한국의 공식적인 나라 글자가 되었다. 189411월 고종은 칙령에서 법률과 칙령은 모두 국문(國文)으로 기본을 삼되, 한문 번역을 덧붙이거나 국문과 한문을 혼용한다고 규정하여 한글은 공식적으로 국가의 문자가 되었다. 이 칙령에 따라 한글로 쓴 첫 공문서는 18951월 고종이 발표한 개혁강령인 홍범 14라고 한다. 한글로만 쓴 최초의 우리말 연구서이자 문법서는 이봉운의 국문정리’(1897)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문(諺文),’ ‘언서(諺書),’ ‘반절(反切)’ 혹은 암클(여성들이 배우는 글)’, ‘아햇글(어린이들이 배우는 글)’로 폄하되기도 했다. 심지는 화장실에 앉아 조금만 익히면 알 수 있다는 뜻에서 통시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1910년대에 이르러 한글학자 주시경(周時經) 선생이 이 문자를 한글이라고 불렀다. 주시경은 크다’, ‘바르다’, ‘하나를 뜻하는 고유어 을 합성한 것이다. 그는 그 의미를 온 겨레가 한결같이 써온 글, 글 가운데 바른 글이라고 하여 이런 이름을 붙여 오늘 우리가 한글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한글로 쓴 가장 오래된 책이자 최초의 한글 문학작품은 용비어천가’(1447)이고, 최초의 한글 활자본은 세종대왕이 지은 찬불가 월인천강지곡’(1449)인데, 출판 평론가 표정훈에 의하면, 한글로 표기된 첫 소설은 채수(14491515)1511년경에 쓴 설공찬전이라고 한다. 원본은 한문이었으나 한글로 번역되어 널리 읽혔는데, 처음부터 한글로 쓴 첫 소설은 17세기 초 허균의 홍길동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글이 오늘의 국문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최현배, 이응호의 지적처럼 기독교회의 영향이 적지 않다. 천주교는 처음부터 국한문 혼영 성경을 만들었으나 개신교는 처음부터 순 한글로 성경을 번역했다. 만주에 정주하던 존 로스와 존 매킨타이어는 한국인 이응찬 백홍준 등의 도움을 입어 18823월 중국에서 예수성교 누가복음전서, 그해 5월에는 요안네의 복음서를 펴냈고, 1887년에는 신약성경 완역본인 예수셩교젼서’(Ross version)을 펴냈는데, 이 성경과 그 후에 국내본 성경이 한글 보급에 엄청난 역할을 한 것이다. 성경번역뿐만이 아니라 선교사들은 번역을 통해서도 한글의 보급에 영향을 주었다. 그 첫 경우가 17세기 영국의 존 버니언이 쓴 Pilgrim’s Progress를 제임스 게일이 한글로 번역하여 1895년에 펴낸 천로역정책이다. 표정훈에 의하면 외국인이 한글 문학 텍스트를 단독으로 영역 한 첫 책은, 김만중의 구운몽이라고 한다. 1922년의 일이다. 그는 구운몽을 어자적으로 ‘The Cloud Dream Of The Nine’으로 번역했다. 최초의 순 한글 신문은 서재필이 1896년 창간한 독립신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한글의 사용과 보급은 기독교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예컨대, 주시경 선생은 배재학당 출신으로 이 책교 졸업식 직전에 아펜젤러에게 세례를 받고 감리교인이 되었고, 선교사들에게 한글을 가르쳤고, 1909년에는 게일과 일본인 다카하시 도루(高橋亨) 등과 더불어 한어연구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최윤배, 이윤제 등은 그의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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