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철 목사의 중국속으로

기사입력 2017.03.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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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해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중국의 백화점에는 온통 닭으로 장식되었다. 어마어마한 대형 장식물에서부터 작은 그림까지. 중국 사람들은 여러 육류들 중에서 닭을 특히 좋아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맥도날드보다 KFC가 더 인기가 있다.
오래 전 중국어를 모르는 어떤 지인과 KFC에 간 적이 있었는데, 메뉴를 선택하면서 1번 세트 메뉴는 어떤 고기로 만든 햄버거냐고 묻는다. 자세히 보니 닭 계자가 보인다. 그래서 닭고기로 만든 햄버거라고 알려주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른 세트 메뉴를 고르면서 저것은 어떤 고기로 만든 햄버거냐고 다시 묻는다. 자세히 보니 또 닭 계자가 보인다. 저것도 닭고기로 만든 메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모든 메뉴에 닭 계자가 들어 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KFC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이라고 한다. KFC에는 닭고기만 있다는 것을 깜박 했던 모양이다. 중국인의 닭고기 사랑은 조류 독감조차도 피해간다. 한국은 조류 독감이 유행하면 통닭집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이지만, 중국에서는 조류 독감이 유행해도KFC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한 때 중국에서 유행했던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맥주와 치킨(치맥이라고 부른다)을 먹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중국 상하이에 있는 치킨 집이 문전성시를 이룬 적이 있었다. 중국 사람들이 이것을 먹기 위해 100미터가 넘는 줄을 서서 2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중국인의 입장에서는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좋아하는 닭고기인데,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먹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한 번 맛보고 싶었던 것이다.
얼마 전 시골의 가정교회 친구가 닭 알을 보내왔다. 집에서 키우는 닭이 낳은 유정란이라고 한다.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기에 한 번 부화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때는 갓 부화한 병아리들이 어미닭과 마당을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며 자랐는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경험이 없기에 유정란이 생긴 김에, 부화시켜 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부화기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알은 36도의 온도에 3주 동안 두면 부화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온도를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딸 아이는 잔득 기대를 하고 매일 매일 관찰을 하는데 낭패다. 그래서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를 뒤져보니 부화기가 한국 돈으로 만원 남짓 하면 살 수 있다. 주문을 하니 다음날 배달이 되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3주가 지나고 5개의 닭 알 중에서 3개가 부화했다. 알이 부화해서 병아리가 태어나는 생명의 신비 앞에 온 가족들이 탄성을 질렀다. 어린 아이에게 생명의 신비와 자연적인 감성들을 알게 해주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문제가 생겼다. 이 병아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이제 아이는 병아리 세 마리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자기 동생처럼 대한다. 그리고 닭고기를 먹을 수도 없다. 적당히 키워서 삼계탕이나 해 먹을 생각을 했는데, 동심을 파괴할 수도 없고, 난감할 따름이다. 더 심각한 것인 이 병아리들이 점점 자란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닭의 수명을 검색해 보니 놀랍게도 30년이란다. 닭이 그렇게 오래 사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박스로 만든 병아리 집이 너무 작아서 더 큰 박스를 구해서, 베란다에 닭 집을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닭 똥 치우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병아리 부화의 동심은 이제 나에게 깨어진 닭에 대한 초상이 되었다. 이제 나는 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닭 울기 전 주님을 부인한 베드로도 닭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 현 철 목사
고려신학대학원 졸업(M.DiV)Evangelia Unversity
목회학박사 (D. Min),
상해은혜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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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현철
    • 계속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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