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식 교수/월드미션 28년 [1]

남미 회상
기사입력 2024.01.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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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미션 28[1]

남미 회상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교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1989년 나는 도쿄와 앵커리지를 거쳐 남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 있었다.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 한인교회에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ACTS) 선교대학원 동기였던 K목사가 목양에 수종 들고 있었다. 한국의 교회에서는 1970-80년대 대략 20년 사이에 부흥사경회를 통한 성장에서 벗어나 성경교육(제자도)을 통해 제2의 변혁을 겨냥하는 클래스 스터디가 열정을 보이는 기간이었다.

 

이른바 감리교회의 건강한 일대일 제자양육, 침례교회의 벧엘성서 파노라마, 장로교회와 미국 루터교가 연합한 크로스웨이 성경연구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 역시 해리 웬트(Harry N. Wendt) 교수의 역작 크로스웨이 성경연구1회 수료생으로서 저자의 영어 강의에 직접 참여했다. 그때 서울 등촌교회의 부목으로서 교회 전체가 성경교육에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는 것을 체험하였고 그러한 덕분에 크로스웨이 석세스풀 성장 사례 발표에서도 첫 번째 연사로서 앉아있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교민교회에서 5일간 열렸던 강의를 마치고 친구 목사는 나에게 휴식 겸 이과수폭포행을 권했다. 그 당시 나에게는 땅끝 남미에 대한 지형도가 그다지 익숙하지 못했다. <성경공부 이렇게>라는 주제 있는 과정을 모두 마치는 날, 홀가분한 마음으로 코스워크를 다 끝낼 수 있도록 장차 목회를 향한 향학열과 실제적 준비를 갖추게 했던 부목으로서의 3년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지내왔던 시간들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24시간 비상체제가 나의 신조가 되다시피 했다. 모처럼의 휴가를 남미에서 탐방하게 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었다.

 

이과수폭포가 얼마나 장엄한지?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수량이 떨어지는지도 무심한 채, 토요일과 주일 저녁에 원주민이 사는 빈민지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에게 스페인어가 통할 리 만무했고, K목사 역시 교민교회를 시작한지 3년째 스페인어 회화에는 인사 정도였다. 나의 시선을 모은 데는 한 원주민 지도자가 매일 저녁 한 교회씩 여섯 교회를 돌보며 설교한다는

현실과 짜임새도 없는 너무도 무질서한 예배환경이었다. 그날 밤 나는 그곳의 빈민교회에서 사도행전 169절의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음성을 생생하게 들었던 것이다. 여기 짧은 구절이 나와 나의 가족의 복음전파와 파란만장했던 시간의 28년을 해외 미션과 동행하게 해주리라고는 털끝만큼도 짐작하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어쩌면 너도 나도 사용할 수 있는 사도행전 속의 엄청난 말씀이, 크리스천이라면 누구에게나 수월하게 흘러나올 수도 있는 이 말씀이, 경이로운 능력으로 역사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역설이었다. 신약시대의 사도들에게 들려진 예언이 성문화되기도 전, 벌써 말씀이 육신으로 도성인신해 계셨던 그 케리그마요 로고스이기에 어길 수 없는 성령님과의 소통이었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말씀은 지상의 선교사라면 평생을 꿰고, 달고서 실천해야 할 말씀이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슨 특별한 빛이 충격적으로 임재한 것도 아닌, 사도 요한처럼 밧모섬으로 유배를 떠난 것도 아닌, 나의 깊은 내면을 두드리면서 종소리 같이 빠져나가지도 않고, 몇 날의 밤중을 하얗게 지새우게 했다. 이 말씀은 나와 우리 가족에게 타문화권 선교에 대해서 처음으로 눈뜨게 되는 초심의 원리가 되었고 동시에 살아 움직이는 말씀이었다. 나는 거기 현지의 현장에서 이른바 선교적 부르심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는 서울로 다시 편도 34 시간의 비행시간과 더불어 돌아왔다. 가족을 대면하기 무섭게 나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여보 우리는 가야 돼"였다. 28년간이라는 회상은 이렇게 시작됨을 독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들려드리는 바이다.

 

윤 춘 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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