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욱 칼럼 91

경품권 수집과 현물화
기사입력 2022.01.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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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털한 사람이 있고, 마음이 꽁한 사람이 있다. 털털한 사람은 까다롭지 않고 소탈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 때 마다 털어버린다. 뒤끝이 없다. 반면에 마음이 꽁한 사람은 못마땅하게 여겨진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잊지 않고 차곡차곡 마음의 곳간에 쌓아간다. 같은 사람도 경우에 따라 털털하게 행동할 때가 있고, 꽁하게 마음에 오래 담아 둘 때가 있다. 교류분석에서는 이 꽁한 마음을 경품권 수집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이 경품권 수집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꽁한 마음은 부정적 감정이다. 꽁한 마음은 오래간다. 그러므로 꽁한 마음은 만성적 부정적 감정이다. TA에서는 이 꽁한 마음을 어린이 자아상태()가 모으는 특별한 감정으로 보고, 이를 경품권(trading stamp:상품권)이라고 한다(우재현, 1999).

경품권은 백화점이나 대형 매장에서 상품을 살 때 덤으로 받는 것으로 이것을 여러 개 모으면 그에 상응하는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것은 경품권의 현물화로 고객들에게 자기 매장을 많이 찾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TA에서는 상거래상의 경품권 제도를 빌려와서 꽁한 마음의 축적이 가져오는 결과를 설명한다. TA에서 경품권은 심리적 경품권이다. 매장에서 여러 개 모은 경품권을 현물화 하는 것처럼 수집한 감정이 포화상태가 되어서 폭발하는 것을 심리적 경품권의 현물화라 한다.

이러한 경품권에는 기분이 좋고 자신을 중시하는 감정을 나타내는 금색 경품권(gold stamp)과 나쁜 감정의 회색 경품권이 있다. 그런데 이들 경품권은 객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회색경품권의 경우 이를 준 사람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회색 경품권 수집가는 상대방의 말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경품권을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화를 통하여 스트로크를 교환한다. 긍정적인 스트로크를 주고받아 그 결과가 좋을 때는 금색 경품권을, 부정적 스트로크를 받아 그 결과가 나쁠 때는 회색 경품권을 수집하게 된다. 이 심리적 경품권이 어느 정도 모이게 되면 아주 작은 감정의 동요가 계기가 되어 경품권의 현물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남을 향해서 폭발하면 폭력사태가 돌발하게 되고, 자신을 향해서 표현되면 병석에 눕거나 신체적 자해 행위를 할 수도 있다. 살인, 정신장애, 자살 등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사례를 하나 들어 본다. 영희가 등교 길에 학급 친구 하람이를 만났다. 하람이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인 혜은이와 함께 등교하는 길이었다. 영희는 반가워서 하람이에게 ! 하람이 안녕하고 인사를 하였다. 평소와 달리 하람이는 그냥 지나갔고, 혜은이 마저 힐끗 쳐다만 보고 지나갔다. 그러자 영희는 자신도 모르게 회색 경품권을 수집하였다. 그날 수업 시간에 예진이가 영희에게 지우개 좀 빌려 달라고 했다. 영희는 없어라고 말했다. 그 때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이야기한다고 나무라셨다. 영희는 회색 경품권을 또 한 장 저장했다. 귀가하여 숙제를 하고 있었는데 동생 영철이가 장난을 걸어왔다. 돌연 영희는 숙제하는데 왜 방해해!”하고 소리를 팩 질렀다. 하루 종일 영희가 수집한 심리적 경품권이 동생 영철이의 장난을 계기로 현물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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