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욱 칼럼 71 스트로크 필터와 인간의 품격

기사입력 2020.05.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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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벽 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 한 그루를 오랫동안 관찰한 적이 있었다. 나무뿌리는 땅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나무가 옹벽을 만난 쪽 뿌리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래로 들어갈 수 없기에 뿌리가 왜곡된 모양을 하고 옹벽 위에 얹혀 있었다. 일전에 산길을 걷다가 일부를 바위 위에 걸치고 자란 나무를 보았다. 그 나무도 밑둥치가 모양이 뒤틀려 있었다. 나무의 자라난 환경과 경험은 나무에게 주어진 스트로크이다. 그 스토로크가 이렇게 나무의 모양을 비틀어 놓았다.
교류분석가들은 아동기에 부모의 영향 하에서 사람의 성격이 형성되며 그 성격으로 일생을 살아간다고 본다. 어떤 사람이 어떤 스트로크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느냐 하는 것도 역시 아동기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떤 스트로크를 주고받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무의 모양이 주어진 스트로크에 따라 달라지듯 사람의 살아가는 경향성이 달라진다. 그것이 그의 내력이고, 그의 품격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받기를 좋아하는스트로크와 싫어하는스트로크가 있다. 어떤 사람은 신체적 접촉을 좋아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싫어한다. 어떤 사람은 일반적으로 칭찬해 주는 것을 바라고, 어떤 사람은 특정한 사안에 대한 긍정적 스트로크를 원한다. 자신이 일상적으로 받는 스트로크는 그 가치를 평가절하 시키고, 자기가 받지 못해서 기아상태에 있는 스트로크는 과대평가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부모로부터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 해결책으로 가장 원하는 스트로크를 원치 않는 것으로 만들어 타인의 스트로크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마다 스트로크를 주고받는 경험은 그의 독특한 기준이 된다. 자기 틀에 맞지 않는 스트로크를 받게 되면 대개의 경우 자신의 기준에 따라서 스트로크를 축소시키든지 또는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스트로크를 디스카운트하거나 걸러내어 버린다. 이것을 스트로크 필터라고 말한다. 정수기의 필터는 불순물을 걸러내지만 사람의 스트로크 필터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걸러낸다.
사람은 자기의 독특한 스트로크 필터를 갖고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필터에 일단 받아서 거른 후, 받아들이게 된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그래서 꼭 같은 사건을 겪어도 해석이 다르게 된다. 여기서 그 사람의 개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개성, 그것이 사람 냄새이고 인간의 품격이다. 신앙인이 되어도 일단 유사시엔 자신도 모르게 작용한다.
옹벽 위의 나무, 바위 위에 자란 나무는 뿌리 또는 밑둥치 부분이 왜곡되어 있긴 하지만 다른 쪽이 흙을 뚫고 뿌리를 내린 덕에 윗부분은 나무 본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식물도 그러할진대 사람은 당연히 심령이 다친 부분, 한 맺힌 정서와 감정을 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선량이 되겠다고 나선 분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모모한 분들이 타인을 향해 표현하는 양식과 금도를 벗어난 언어적 스트로크들을 접하면서 인간의 품격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성경에 인간의 품격, 특별히 입의 사용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나의 스트로크 필터를 점검하며, 잠언을 묵상한다
허성욱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겸 부산지부장, 한국심성교육개발원 부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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