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욱 칼럼 66 경험이 지혜다

기사입력 2019.12.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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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어느 날, 두 분 집사님 부부와 동행하여 밀양 얼음골 황금농원을 다녀왔다. 황금농원의 농장주는 매주 한 차례 부산으로 상담 공부를 하기 위해 그 먼 거리를 다녀가곤 했다. 얼음골이라는 특별한 마을이라 한 번 걸음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동행할 사람을 찾다가 두 분과 함께 다녀오기로 한 터였다. 얼음골은 가지마다 빛나는 색깔의 사과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사과나무들과 함께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저 사과나무는 인간보다 훨씬 더 열효율이 높은 것 같다.
잠깐 동네를 돌아보기로 하고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 특별한 집을 하나 발견했다. 나의 눈길이 멈춘 문패는 유년의 뜰”, “유년의 뜰이라 . 여긴 어떤 공간일까?’ 강한 호기심에 발걸음을 멈추고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여주인이 들어와 보라고 문을 열어준다. 초등 교사로 일하다 은퇴하고 이곳에 들어오셨다고 한다도자기. 어린 아이들의 토우. 공방을 보여 주신다. 이곳저곳에 있는 꽃들과 꿀벌들. 화룡점정이다. 선생님의 은퇴 후의 삶에도 현직에 있을 때 관심의 대상이었던 유년에 머물러 있었다. 그 선생님의 경험은 노후 생활의 지혜였다.
은퇴하고 시골에 들어와 여유를 누리고 있는 선생님. 이런 시도를 해 볼 엄두도 내어 본 적 없는 나는 마냥 부럽기만 했다. 모친도 이리로 들어와 살고 있다며 모친의 집을 가리킨다. 명함도 주시면서 기회 되면 또 오라고 하는 선생님. 감사했다. “유년의 뜰견학을 마치고 다시 양옆으로 사과밭이 있는 골목을 따라 올라가며 가을의 풍요를 만끽했다.
황금농원 주인이 합류한 일행은 호박소를 향해 기울어진 정도가 아주 작아 평지 같은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얼음골 입구를 지나치고 시례 호박소로 걸음을 옮겼다. 온 산이 가을을 붉게 태우며 짙어가던 그 날도 폭포수는 호박소로 뛰어 내리고 있었다.
 
사과밭 옆길 지나 얼음골로 올라가면/활활 타는 가을 산은 절() 하나 세워두고/입 다문/낙엽을 밟으며/야생화를 피워둔다.//평탄한 그 산길과 잠시 잠깐 동행하다/속까지 들여다보이는 계곡물을 마주한다./그토록/날 기다리며/애태웠는지 난 몰랐다.//재약산과 가지산 그리고 백운산이/한 가지 마음으로 호위하는 호박소야/그리움/그리 짙더라도/뛰어 내릴 일은 아니지.
-시례 호박소 전문-
 
잠시 누리던 산길을 따라 내려와 다시 황금농원에서 사과를 돌보는 주인과 대화를 나누며 그가 하는 일을 보고 있었다. 겉을 보고 내부를 구별하여 사과 품질을 안다는 농장주. 놀랍다. 맛과 품질이 혹 문제가 생길까봐 일꾼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가려 포장한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멀쩡해 보이는데 이건 속에 문제가 있다며 사과를 자르는데 사실이었다. “우와하고 놀랬더니 19년 경력이라 하신다. 역시 경험이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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