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효 목사의 목양칼럼 - 여름지이

여름지이
기사입력 2019.08.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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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지이'란 농사(農事)를 일컫는 비표준어로 사전적 의미는 "논이나 밭에 씨를 뿌리고 가꾸어 거두는 등의 농작물 재배 과정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어린 시절 전형적인 농촌 사회에서 키를 키웠던 내내 농부로 평생을 사셨던 부모님의 그림이 생생하게 떠올라 기억과 추억의 자리를 황혼에 이른 지금까지 채우고 또 채운다.
그 많은 기억들 중 가장 기억을 아프게 하는 것은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 아래 마당에 펼쳐 놓은 산더미 같은 보리를 도리깨 하나로 알곡을 털어내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시던 선친의 모습이다.
또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여름 내내 세 벌 논매기로 뙤약볕 아래 김매는 거친숨 소리가 선친의 한숨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필자 역시 장남으로 태어나 온갖 농사일을 도왔기에 그 고통을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인생과 꿈을 흙에 걸진 않았기에 언제나 소극적이어서 꾀병만 늘어갔고 기쁨이나 보람 따위는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철없는 자식이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
여름지이, 결코 쉽지 않다. 인생 황혼의 서녘 노을 바라보며 나름의 일념으로 달려왔던 목회의 여름지이, 가정과 교회와 국가와 사회에 소명자의 진솔한 땀방울이 얼룩졌는지 돌아 보려니 부끄러워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 인생이 그 어떤 분야에서 종사하고 살아가던지 농촌 사회의 여름지이와 같은 각자 제 분야의 농사일에 매인 자들이다. 거짓 없는 흙을 기반으로 농사를 짓는 농촌 사회의 농부 비유는 하나님께서 당신 자신에게 적용하시기도 하셨다.
옛 어른들은 자식을 양육하는 일도 농사일에 비유하여 자식 농사로 표현하기도 했다. 곧 모든 노동의 뿌리가 땅의 경작에서부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심고 가꾸는 대로 거두는 여름지이의 법칙이 노동의 가치와 땀의 가치인 것이다.
여름지이는 흙을 떠나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시인은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살다가 흙에서 죽는 것이 인생임을 노래하기도 했다. 흙은 모든 존재를 잉태하여 낳은 모태와도 같다.
창조자의 명령 앞에 거부할 수 없이 순종한 창조 기사가 이를 증명한다. 당연 모든 존재의 근원과 원인자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에게 물어보자! 흙 앞에 부끄럽지 않은 여름지이로 제 인생, 제 사명, 제 역할, 제 사업, 제 본분, 제 책임, 제 의무, 제 인생 농사를 제대로 잘 짓고 있는지 자문자답해 보자!
그리고 늦었다 포기하지 말고 스피노자가 남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처럼 우리 그렇게 다시 시작하자!
맡은 자의 구할 것은 충성이라 하셨으니 국정을 맡은 자, 재계를 맡은 자, 교육을 맡은 자, 국방을 맡은 자, 치안을 맡은 자, 국민 건강과 환경을 맡은 자, 외교와 숱한 전문 분야에서 국가 발전과 인류 공영을 위해 저마다 맡은 분야에서 여름지이의 본분에 충성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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