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연 교수의 성경을 노래한 작곡가(12)

영원을 노래한 작곡가 메시앙(2)
기사입력 2022.08.1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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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음악이 있다. 음들이 서로 부딪치며 또 나란히 가면서 울림으로 들려올 때는 이미 우리는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소리에 대한 경외감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소리의 변화를 좇아가다 보면 우리의 마음은 영원의 길목에 있는 듯 숭고함을 느끼게 된다. 메시앙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가 음악으로 하고 싶은 것은 인간 내면의 신성(神聖)을 밝히는 그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세상의 종말을 위한 현악 4중주곡(Quatuor pour la Fin du temps,)에서도 신약 성경의 요한계시록 내용 중에서 세상의 종말 부분을 표제로 하여 작곡하였으며, 2차 세계대전 후 파리로 돌아와서 모교 파리음악원의 교수로 임명되면서 2대의 피아노를 위한아멘의 환영(Visions de I'Amen)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눈동자(Vingt Regards sur I' Enfant-Jesus)를 기독교적 신앙에 바탕을 두고 만들었다는 데서 그것을 알 수 있다.

 

1953년 이후 어려서부터 관심이 있었던 자연에 빠져들어 새소리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숲에서 새들의 울음소리를 채보하여 분석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였고 마침내 새소리를 그의 음악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의 여러 작품 속에는 숲과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들에 대한 경외감으로부터 탐구된 새들의 음향이 독창적 스타일로 반영되어 있다. 그는 다양한 새들의 소리를 채보한 수천 건의 악보를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새의 카탈로그(Catalogue d'Oiseaux, 1956-58)’라는 작품은 그야말로 새소리에 의한 새소리를 위한 음악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1악장에서부터 클라리넷으로 속삭이는 절묘한 여름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다채롭고 신비한 소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요한계시록에 대한 어떤 주석도 원치 않습니다. 단지 시간의 소멸에 대한 나의 바람을 표현했을 뿐입니다.”작곡가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의 음악은 온통 기독교 신앙에 따른 영적인 생각에 가득 차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메시앙을 삼위일체 성당의메시아라고 농담처럼 불렀다. 그는 단 한 편의 오페라를 남겼는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St. Francis of Assisi)이다. 이 오페라는 그의 대단한 신앙심의 발로였다. 이 오페라에서 성 프란치스코가 새들에게 설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케스트라는 모든 새의 소리를 놀랍도록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치 새들이 말을 하는 것과 같다. 메시앙은 새들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새들을 찾아가 대화를 시도했다. 결국, 메시앙은 거의 모든 새의 소리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고 새들도 메시앙의 부름에 응답할 정도가 되었다.

 

김 일 연

전 고신대학교 교수

 

 

 

새들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치스코

(조토 디 본도네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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