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효 목사의 목양칼럼 ◇

♧ 아픈 거리에 서서 ♧
기사입력 2020.04.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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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십구년의 정산 결과 이천이십년으로 이월된 것은 어마어마한 미사일을 능가하는 기상천외(奇想天外)의 부채(負債)였다. 온 국민이 합심하여 짊어져도 한 발자국 떼어 놓기조차도 어림없는 빚더미(코로나19:이하 빚)가 이자에 이자를 더해가며 점점 산적해 갔다.
원인 분석에 불을 밝힌 연구진들의 주야는 쉴 새 없이 가동되었으나 속수무책, 그 빚을 탕감하려 빚더미 속에 뛰어든 대한의 전문 인력들이 총동원하여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며 희생과 섬김으로 비지땀을 쏟아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빚더미의 추세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국정도 경제도 민생도 신앙도 마비되어 여기저기 아우성치는 신음뿐이었다. 이미 국경의 문은 폐쇄되어 인류는 한 형제라 손에 손잡고를 목청 터져라 외치며 어깨동무하든 함박웃음은 그때가 언제인 양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대한민국이 지상 천국이라 환호하며 가슴 열어 품어 달라 떼쓰던 배고픈 흰둥이 검둥이 황둥이 이방인들도 배은망덕도 유분수라는 지탄의 소리 감수하며 안아 준 품 싫다 싫어 미련 없이 제 고국들로 돌아들 가기가 일쑤였다.
급기야 빚더미 짊어진 백성들을 향해 사회적 거리를 외치며 뭉치지 말고 떨어져야 산다는 슬로건을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내놓았다. 무섭긴 무서웠다. 내가 너에게 무섭고 네가 나에게 무섭고 그가 나에게 내가 그에게 무서웠다.
우리, 너희들, 그들과 같은 복수 개념이 사라지고 제다 단수 개념으로 돌변한 것이 이천이십년의 출발선과 진행 선이었다. 이 모두 빚더미에 빚을 더하는 불행을 막아내기 위한 최선의 방책들이었으니 그저 아이러니다.
새벽의 거리도, 대낮의 거리도 너무 아팠다. 부지런한 대한의 산업 전사들이 깨워 주던 새벽의 거리도 한산하였고, 이들보다 먼저 새벽의 불을 밝히던 기도의 손들도 너무 아파 기도의 불을 밝히지 못했다. 새벽기도 수송 차량들과 기다리는 기도자들도 아예 전무했다.
꿈나무들의 등굣길에 대한의 꿈을 신고 걸었던 아장아장 헐레벌떡 종종걸음도 너무 아파 대문 밖을 못 나섰다. 구구팔팔 기대하며 건강 백세 지향하던 한강의 끝자락 기적들도 가신가신 기웃기웃 여기저기 오지랖 운운하더니 너무 아파 거리의 스산함조차 외면했다.
여기저기 폐업처분, 닫힌 상가들의 문, 폐장을 알리는 문구들, 러시아워(rush hour) 없는 출퇴근 길, 분명한 것은 건강한 거리의 모습도 아니었고 그런 그림도 아니었다. 가늠하기 불능의 희한한 색깔이 거리를 물들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빨. . . . . . . 무지개 색깔이 보이지 않았다. 숨 막히는 전반기의 절반을 이렇게 보내고도 아직 손에 잡힌 색깔은 검정 색깔뿐이다. 빚더미의 증가 추세는 주춤한 듯 보이지만 파산의 여파는 언제쯤이나 끝이 날런지 안개만 자욱하여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아픈 거리는 꿈을 품고, 희망을 품고, 미래를 품고, 영원을 품는다. 다름은 오직 인간들뿐이다. 인간의 몰골을 탄식하면서도 가로수엔 새싹이 돋는다. 어김없이 봄의 여왕들은 백의의 너울 옷을 걸치고 황색, 홍색 등의 띠를 두른 채 생명의 신비를 찬양한다.
어떤가? 거리에 선 그대의 모습은 거리의 탄식인가? 거리의 찬양인가? 적어도 거리의 낯선 길손들도 그대만큼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민감하다. 그러나 그대처럼 건강하기에 거리에 나섰음이 분명할 것이다. 물론 그대를 포함해서 자신이 빚을 짊어진 자이면서도 전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는 지극히 소수다. 오히려 다수의 길손들은 아주 건강한 이웃이요 오늘과 내일의 호프들이다. 그대 못지않게 이 나라와 백성들을 사랑하는 애국자들이다. 빚을 짊어질 백성으로 단단히 각오한 자들이다.
어차피 함께 살아 보자고 둥지를 튼 빚이라면 어르고 달래서 함께 가는 세상 만들어 보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과거의 유사한 채주들처럼 단연코 물러나 탕감해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닫힌 거리의 문을 열고 쓰라리게 아픈 상처를 싸매고 멀어진 사회적 거리는 좁혀야 하지 않을까?
오랜 인생 경험에서 그리고 그 무엇보다 하나님의 역사를 걸어온 증인으로서 하나님이 이 나라 백성들의 건강 지킴이로 세워 주신 보건 및 의료 전문인들을 믿는다. 그리고 위기의 막다른 골목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민족성을 믿는다. 그러기에 여전히 제 자리를 버틸 수 있었고 있을 것이라고 감히 한 마디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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