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효 목사의 목양칼럼 ◇

♧ 불청객의 능청 ♧
기사입력 2020.03.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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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불쑥 찾아와 장기 투숙을 고집하는 생면부지의 불청객을 경험한다면 그가 누구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본 필자는 막내 여동생의 기약 없는 병상을 지키면서 기가 막히게 능청을 떠는 불청객을 매일 매순간 간접 경험을 하고 있다.
동생의 병실에서 긴긴 밤들을 함께 숨 쉬고 잠들었던 셀 수 없이 많은 분들 모두 원치 않는 질병의 불청객으로 인해 또한 원치 않는 환자복을 제 손으로 입고 벗어야만 했다. 일인용 병상의 침대조차 낯선 침상이지만 아픈 몸을 뉘일 수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금연 금주의 잔소리가 싫어 '내 몸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참견이냐?'라고 호통치고 큰 소리 치던 사람들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금주 금연뿐만 아니라 건강과 관련하여 호언장담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 우리 인생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병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 제다 기가 죽어 의료진의 손에 자신의 몸을 떠맡긴다. 백의의 가운으로 신분을 드러낸 생면부지의 의료진이 몸의 자유를 빼앗고 의사 불문율로 지시하여도 고분고분 마치 순한 양 같다.
검사실 치료실 대기실 마다 환자나 보호자 모두 진지한 얼굴들이다. 큰 소리 소란한 세상과는 전혀 딴 세상이다. 보호자들도 모두 효자요 효부요 친절한 가족이요 이웃들이다. 환우끼리도 걱정해 주고 염려해 주는 위로요 격려요 용기요 힘이다.
그 누구도 잘난 체 뽐내는 사람도 없다. 괜스레 인상 붉히고 시비 걸려는 도전적인 사람도 없다. 제 멋대로 행동하며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문외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양보가 미덕이라는 슬로건이 필요치 않는 양보 문화가 아주 자연스럽다.
아주 가끔 급한 성질 참지 못해 고성을 지르며 불평불만을 토설하는 보호자도 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뿐 이내 순한 양이 되든지 아님 다른 병원으로 옮겨 버린다. 희한하다 못해 요상한 세상이다. 사회적 신분도 노출되지 않으며 설사 노출된다 할지라도 의미 없는 세상이다.
왜일까? 오직 하나의 이유는 모두 불식간에 찾아온 불청객의 난동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 불청객의 난동을 가장 싫어한다. 상대하기도 싫어한다. 해서 달래서 잠을 재우든지 스스로 물러가게 하든지 감히 난동을 부리지 못하게 하든지 간에 최선을 다한다.
여하튼 의료진이든 환자든 보호자든 이에 수종 드는 캐어 종사자든 병원이라는 구별된 세상의 영역에 들어와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불청객에 맞서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 당찬 의지가 본 필자의 인상에 흔적을 남긴다.
불청객의 영향력에 대항하는 인생의 굳은 의지가 큰 것인지 아님 불청객의 영향력에 맥없이 무너지는 인생의 한계인지 미묘한 의미가 혼란스럽게 밀려오지만 본 필자의 뇌리에 그려지는 그림은 역시 지상 교회의 궁극론에 깃대를 꼽는다.
부활의 생명론이 성경의 궁극론이라면 육신에 찾아든 질병의 불청객이든 영혼 깊숙이 파고든 죄악의 불청객이든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제어할 능력도 방법도 없음이 절대 진리가 아니던가?
천하에 다른 길, 다른 이름을 주신 일이 없으니 오직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산 길이요 구원 받을 이름이 아니던가? 육신의 불청객으로 인해 세상의 병원 문화가 최선의 긴장 사회를 자발적으로 조성하여 불청객 대항 의지에 웅지를 모으게 하듯이 이에 조명된 교회의 본질론은 '성별'일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그 많은 점과 흠과 티를 씻고 다듬어 놓으신 교회의 거룩성을 재차 흠집 낼 존재는 그리스도께서 허용하지 않는다. 온갖 시험과 불편한 세상의 도전들이 난무하지만 이것들이 교회의 연단에 유익을 줄지언정 결코 교회의 거룩성을 더럽힐 수는 없다.
비록 죄악의 불청객이 사망에 처하게 하는 영적 오염과 영적 질병이 죄악을 피할 수 없게 했지만, 우리 인간을 죄 가운데 올가매어 사망의 비참에 처하게 한 그 오만하고 자만한 죄악의 불청객일지라도 우리 주님께서 단번에 드린 대속 사역에 무참히 무너지고 만 별 볼일 없는 존재다.
그렇다. 불청객이 아무리 능청을 떨고 우리 인간을 죄악으로 올가매어 사망에 처하게 한 것에 승리의 축배를 들어도 어디까지나 잠시 스쳐가는 바람 같은 불청객일 뿐이다. 주께서 ''너는 내 것이라''고 소유권을 주장하신 신국의 주인 된 지상교회와 성도들을 어찌 감히 능가할 수 있으리요!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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