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욱 칼럼 69 옹이 문제

기사입력 2020.03.1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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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나무의 상처를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상처 없는 나무가 없었다. 껍질이 다 벗겨져 버린 나무들도 있고, 나무 밑둥치의 속이 텅 비어있는 것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지들이 여러 군데 잘려 나간 것들도 있다. 그 결과도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껍질이 벗겨지고 밑둥치의 속이 텅 비어 있음에도 윗부분이 무성한 나무도 있고, 앙상하게 말라 버린 것도 있다. 어떤 나무는 천연의 바위나 인공적인 옹벽을 만나 뿌리가 얕거나, 더 아래로 내려갈 수 없어 뭉쳐져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식물도 이렇게 상처가 많은 생을 살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가지가 잘려나간 자리에 아물어 있는 옹이를 바라본다. ‘나무에 박힌 가지의 그루터기를 옹이라 한다. 옹이는 나름 모서리가 각이 있고 날카롭다. 방향도 제멋대로이다. 다듬어지지 않아 막무가내이다. 게다가 옹이 주변의 나무껍질에는 심한 왜곡이 일어나 있다. 누군가 잘못 건드리면 크게 다칠 수 있다. 그러나 옹이를 잘 다듬으면 보기에 아름다운 관상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더 유익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소나무과의 나무가 손상을 입게 되면 무색투명한 액체가 나오는데, 그것을 송진이라고 한다. 보기가 안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옹이(관솔) 주위에 이 송진이 나와 고이는데, 시간이 지나면 희뿌옇고 끈질긴 성질이 생긴다. 잘못 건드려 손에 묻으면 끈적거리고, 옷을 버릴 수도 있다. 그 송진은 비누, 접착제, 살충제, 인쇄잉크, 제지용 첨가약품 등으로 사용된다.
나무에 생긴 상처가 아문 자리인 옹이 같은 것이 인생에게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 못한다. 성장기에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둘러싸고 있는 인적· 물적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인생의 부름켜에 나이테를 그려가게 되고, 뜻하지 않은 인생의 충격을 경험하며 심령에 옹이가 생기게 된다. ‘나이테의 단단한 부분옹이가 인생을 아리게 만든다. 옹이가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다면 어떤 장면에서는 자신과 상대의 상처를 덧나게 할 수도 있다. 태아기부터 인생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 경험은 결코 지워지지 않고 기억장치 속에 기록되어 있다. 이 경험은 삶의 곳곳에서 나를 향한 자극에 반응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회피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미쳐버리기도 하고, 건강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나라가 온통 난리이다. 내가 자랄 때 어른들이 힘들 때 마다 말하든 표현대로 말하자면 敵地. 그래서 그런지 정치인들이 주고받는 말들은 날카롭기도 하고, 무책임하고 의식수준을 의심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상호존중하고 건강하게 상호 협력하는 세상,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려면 자신의 옹이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그 옹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에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과 세상과 행복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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