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新질서 요구하는 시민 혁명

엘리트주의 기성제도에 대한 반발
기사입력 2020.01.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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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 요구
 
세계사의 흐름, 생명, 자치 쪽으로 가고 있다
 
 
밀레니얼 시대, 엘리트주의 기성제도에 대한 반발 커
 
 
무려 5개월간 지속된 홍콩시위는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부와 시위대간 극한 대립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사실상 계엄 상태를 초래해 이미 지난해 11월부터는 80년 우리의 광주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시위대는 홍콩이공대를 마지막 보루로 삼고 유서까지 써놓고 저항했지만 최근 홍콩 경찰의 대대적 진압 및 체포 작전으로 현재는 거의 종료 상태에 이르렀다.
홍콩을 집어삼킨 시위 뒤에 최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 민주진영이 압승을 거두었다. 야당인 범민주파가 18개 구의 선거구 452곳 가운데 388석을 휩쓸어 구의회의 약 86%를 장악했다.
반면 친중,친정부인 건제파는 13.3%60석에 그쳤다. 범민주파는 18개 구 중 17개 구에서 다수당이 됐다. 대부분의 홍콩 민심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손을 들어준 결과이다. 홍콩 시위는 홍콩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기성 제도에 저항하는 세계 변혁의 물줄기를 상징하고 있다.
처음 홍콩 시위는 지난해 69일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됐다. 우리의 촛불집회 때처럼 엄마들이 아이들을 안고 나오는 일반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로 시작됐다. 그러나 홍콩정부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자 200만 명이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혁명으로 이어졌다. 700만명의 홍콩 인구 중 거의 대부분이 시위에 참가한 셈이다.
지난해 8월에 시위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한 이후 시위대는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했고, 그달 25일부터 경찰은 물대포와 실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05일부터는 복면금지법이 시행됐고, 실탄에 맞아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서로 치킨게임과 같은 강 대 강 극한 대립으로 확대됐다.
시위자들의 요구는 송환법 철회,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의 진압과정을 조사할 독립위원회 구성, 체포 시위자 석방, 보통선거 허용 등 5대 요구이다. 이 중 송환법 철회는 이미 지난해 94일 케리람 장관의 수습책 발표 때 이뤄졌다. 그러나 나머지 4개 조건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후에도, 캐리 람 행정장관은 최근 “5대 요구 수용에 대한 재고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홍콩의 근본적 문제는 자치에 있다. 송환법이 촉발이 되긴 했지만 홍콩 시민들은 자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송환법 발의를 더 심각하게 인식했던 것이다.
지난 1984년 당시 등소평의 중국과 대처 수상의 영국이 일국양제에 대한 합의를 한다. 영국령이던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는 1997년부터 홍콩이 기존에 갖고 있던 경제, 자유, 질서 등을 50년 동안 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홍콩 사람들이 홍콩 사람을 직접 뽑아서 통치하는 항인치항.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를 하는것. 그리고 홍콩 대법원에서 판단을 하면 그게 최종 심판권이 되는 종심권을 보장하는 것 등의 세 가지가 지켜지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합의였다. , 고도의 자치이다.
그러나 현실은 50년 불변 합의를 지키기가 어렵고,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도 안 되고 있다. 현재 캐리 람 행정장관도 1200명에 의한 친중파 인사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해 뽑혔다. 지금까지 다섯 번째 행정장관을 선출하도록 한 번도 홍콩사람들이 자신의 의사 대로 뽑아본 적이 없다. 종심권도 최종 해석권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즉 홍콩 자치가 불가능하게 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2014년 중국은 홍콩에 대한 전면적 관활권 행사를 천명한 일국양제에 관한 실천백서를 발간했다. 중국의 주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한 국가 두 체제니까 일국과 양제는 병존할 수 있다면서 병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 일국양제에 대한 중국과 홍콩 시민의 해석이 다른 것이다. 홍콩 시민은 자치권을 바라는 반면 중국은 이를 주권 침해로 해석하므로 갈등이 상존한다.
우산혁명도 직선제를 하기로 했다가 17년 선거에 적용을 안 하려고 해서 학생들이 일어났던 것이다. 지금의 홍콩 시위 사태도 그 연장선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국양제 해석을 둘러싼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다, 중국이 홍콩에 약속했던 합의 사항들도 잘 안 지킨다고 홍콩 시민들이 생각하고 있는데에 홍콩 시위의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즉 홍콩은 홍콩인 통치’(항인치항) 원칙을 1984년 홍콩반환협정의 취지대로 2047년까지 지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까지 홍콩 시위에 대한 찬반 여론이 심화됐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홍콩 시위 지지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재한 중국인 유학생 단체 등 재한중국인들의 맞불 집회와 레넌벽 훼손 등으로 다투면서 급기야 무력 충돌까지 발생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홍콩 시위대는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며 세계인의 지지를 호소했다. 홍콩 시민들은 그들의 정부는 물론 그 뒤에 버티고 있는 거대 중국과 계란으로 바위 치기같은 항쟁을 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열린 세계, 즉 자신들의 주장을 공유할 토양이 전세계에 널리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어느 편이냐를 떠나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홍콩 시위 사태를 볼 필요가 있다. 홍콩 시위 사태는 우리가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세계 변혁의 물줄기를 대변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로, 어떤 미래로 다가오고 있는가.
그 첫째가 엘리트주의나 기성제도보다 인간의 존엄이 강화되는 사회로의 변화이다. 비근한 예를 보자. 우리가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는 칠레 시위는 한 중학생이 시작했다. 정부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요금을 30페소(50)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이 학생은 소셜미디어(SNS)티켓을 내지 않고 지하철 회전문을 뛰어오르자는 제안을 했다. 지하철 공짜탑승 운동은 전국으로 번져 국가를 흔들었다. 100만 명이 넘는 성난 주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고 7000여명이 체포됐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11·2월에 각각 예정됐던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 25)가 취소됐다. 경제 피해는 14억달러 규모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고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던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동됐다. 피녜라 정부는 결국 상, 하원 지도부와 회의를 갖고 시위대가 요구한 개헌 작업에 돌입했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에 화난 중학생의 SNS 제안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신자유주의 헌법 개정의 50년 한을 풀게 한 셈이다.
칠레만이 아니다. 파키스탄, 알제리와 볼리비아, 스페인, 에콰도르, 프랑스 기니아, 아이티, 이라크, 카자흐스탄, 레바논에서도 성난 민중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인도에서는 양파값 파동이, 지난해 말 프랑스에선 유류세 인상안이 노란 조끼 시위를 불렀다. 호주머니 물가인상에서 분리독립, 반정부 등 시위대의 구호는 제각각이지만, 시위 자체가 전염병처럼 번지는 범지구촌 현상이다. 우리 시대는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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